우연과 필연, 그 사이 교육학과
- 작성자 신자영 (2020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2326
나는 ‘우연히’ 교육학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때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 티를 벗고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 나의 첫 담임 선생님을 뵌 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우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음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조금 단순할 수도 있지만, ‘교육학과를 졸업하신 담임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기를 소망하던 고등학교 1학년 신자영이 현재 상명대학교 ‘교육학과’ 20학번 신자영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선생님은 국어 교과 선생님이셨는데 수업을 정말로 잘하셨고, 그래서 학생들 대부분이 존경하고 또 좋아하는 선생님을 꼽으면 백발백중으로 성함이 거론되시는 분이셨다. 심지어 중학교 때까지 국어에 별반 흥미를 못 느끼던 나조차도 선생님의 국어 수업을 듣고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국어를 꼽게 됐을 만큼, 선생님은 나에게 위대한 분이셨다. 이런 분이 나의 담임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을 정도로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은 그 당시의 내가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게 하신 분이셨다.
선생님은 수업 방식도 남다르셨다. 교과서를 기반으로 수업을 하신 건 다른 선생님들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선생님만의 특별한 학습 자료를 제공해주셨고 그것을 선생님만의 방식으로 가르쳐 주셨다. 그 학습 자료는 선생님께서 직접 손글씨로 제작하셨던 자료인데, 흔한 교과서나 문제집처럼 줄글로 되어있는 딱딱한 자료가 아니라 여러 가지 기호와 부호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구조화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자료였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만의 학습 자료를 제작하실 정도로 수업을 열정적으로 연구하셨고, 한낱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선생님의 그러한 노고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수업에 열렬히 임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정말 존경했고, 후에 나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다짐했다.
또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상담해주시는 방식도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셨다. 다른 선생님들은 오래 해도 20분 정도로 학생을 상담해 주셨는데, 담임 선생님은 1시간이 걸리든 2시간이 걸리든 정성껏 한명 한명 진심으로 상담해 주셨다. 이는 지금껏 교사와 학생은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생각해 왔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고, 후에 학생 한명 한명을 내 자녀처럼 대하는 교사가 될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차이가 뚜렷한 분이셨다. 그러한 차이를 자아내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속에서 나는 엄청난 영향을 받았고, 이를 통해 나의 교사상이 정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던 중 진로 상담을 하며 선생님께서 <우연히> 교육학과를 졸업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이 내가 <교육학과> 진학을 꿈꾸는 <필연적> 계기가 되었다. 물론 다른 선생님과의 차이가 발생한 데에는 다른 요인도 존재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요인을 ‘교육학과’라고 결론지었던 것 같다. 그만큼 그 당시 나에게 교육학과는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교육학과 진학을 꿈꾸며 고등학교 3년간 ‘교육학’이라는 분야를 탐색하였다. 그 당시에는 지금 만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나름 교육철학과 관련된 탐구 주제, 교육 심리와 관련된 탐구 주제 등 여러 주제를 탐구해보기도 하고, 또래 상담 도우미와 더불어 교육 봉사를 해보기도 하며 나만의 교육 활동을 이어나갔던 것 같다. 이렇게 고등학교 3년간 교육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나간 것에 보상이라도 주는 듯, 선물처럼 교육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교육학과에 입학하여 새내기로서 가장 기초인 ‘교육학개론’부터 시작하여 ‘인간발달과 교육’, ‘교육심리’, ‘다문화교육론’ 등 여러 강의를 수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고등학교 때 탐구했던 내용과 수시 면접을 준비하며 살펴봤던 내용이 수업에 가끔 등장해서 매우 신기했다. 동시에 ‘교육학과 진학을 잘 준비해왔구나’ 하며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수업을 더 재미있게 들었던 듯하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과목이 나와 잘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학’의 하위 분야라고 해서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닐뿐더러 주된 관심사도 다르고 주장하는 바도 조금씩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고등학교 때까지 ‘교육학’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교육’이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도 많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학문 사이에서 내가 지향하는 교육을 점점 찾아가고 있고, ‘교육’과 ‘교육학’이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그러나 교육학과 2학년 학부생이 된 지금, 여태껏 교육학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것 같기는 하나 여전히 ‘교육학’을 분명하게 정의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지금으로서 ‘교육학’을 정의해보자면 내가 어떻게 채워나가는지에 따라 다르게 구현될 수 있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교육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해볼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우연>이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는 <교육학>을 당당히 외치는 <필연>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